띵동~! 띵동!! 벨튀하지 마세요
Written by Fiona
전자신문 기고글

과거부터 집집마다 하나씩 초인종이 있다. 요즘 아파트는 현관 인터폰에서 동호수를 누르면 초인종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가끔 어린아이들이 벨을 누르고 도망치는 소위 '벨튀'(벨을 누르고 튀는 또는 도망가는 행위를 줄임말)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의 장난이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지금 초인종은 집에만 설치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휴대폰은 물론 PC, 태블릿 등 애플리케이션 등에도 설치돼 있다. 빨간 동그라미 모양 또는 점처럼 보일 수 있고 빨간 타원형 안에 숫자가 표시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알림 표시가 있다면 상대방이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고 나에게는 이를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다는 뜻임을 학습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빨간색 동그라미 형태의 알림은 서비스에 따라 다른 색상일 수 있다. 대부분 모바일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빨간색을 제공한다. 신호등의 빨간불, 소화기의 빨간색, 드라마 여주인공의 빨간 드레스는 강한 인상을 주며,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한 색상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알림을 빨간색으로 제공한 것이 아닐까 한다. 빨간색 알림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색상의 특성도 있지만 '내게 오는 알림'을 받는 행위 속에서 내가 특별한 사람 또는 바쁘고 존재감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뭔가가 있다.
알림의 형태에 따라 경험이 다른 데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알림은 문자 알림이나 이메일 알림이다. 빨간색 원에 숫자가 표시된다. 숫자의 표시는 곧 내가 확인하지 않는 메시지 숫자와 일치한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의 새로운 메시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SNS의 '좋아요'의 빨간 버튼이 나타나면 망설일 시간 없이 클릭해 누가 나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보게 된다. 댓글, 팔로우, 그리고 '좋아요'에 붙은 빨간 점 알림은 내 마음을 두근두근 설레게 만들고, 알림을 인지함과 동시에 눌러보게 만든다. 마치 N극과 S극을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알림이 울리거나 휴대폰 화면에 표시가 되면 뇌에 의식의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눌러서 확인하게 된다. 또는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회의를 하거나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중간이라도 머릿속에는 알림의 생각이 떠나기 쉽지 않다. 뭔가 대단해서라기보다는 궁금해서다.
일이 너무 많아 나에게 온 메시지를 자주 확인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내게 오는 알림을 인지시켜주는 것은 좋은 기능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24시간 숨 가쁜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필자의 휴대폰에 있는 앱 대부분은 숫자를 달고 있다. 즉, 미처 확인하지 못한 알림의 숫자를 의미한다. 메일은 1500여 개, 문자는 263개, 카톡은 123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필자가 너무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알림이 올 때마다 확인을 했다. 그러나 알림 메시지는 점점 마케팅 광고, 홍보 그리고 업셀링을 위한 내용의 비중이 많아지고 빨간색 동그라미의 숫자는 계속 올라간다. 어느 순간 실제 내게 필요한 알림은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심지어 어떤 알림은 로그인을 해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보안이나 개인정보보호 등으로 로그인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로그인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로그인 후 확인된 알림은 단순 홍보성이나 이벤트라면 짜증스러움까지 유발하게 된다.
필자가 과거 사용자가 알림 표시를 보면 즉각적인 반응하는 행태를 이용, 서비스의 중요 항목에 빨간 점을 찍어 디자인해 서비스를 오픈한 적이 있다. 예상과 같이 빨간 점은 예상대로 무의식 반응의 원리가 적용됐고 클릭률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트릭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의 뇌는 어떤 대상을 시각적으로 보고 인지 또는 지각하는 데 '추론'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헬름홀츠는 우리가 학습하거나 지식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상을 순식간에 인식할 겨를도 없이 추론, 해석, 이해를 거친다고 했다. 이것이 무의식적 추론이다. 예를 들면 노트북 뒤로 볼펜이 가려져 있어도 일부만 보인다면 우리는 볼펜이 있구나라고 추론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볼펜의 형태를 완전체로 인식하고 추론하고 있는 것이다. 알림의 빨간 점은 무의식적 추론 행위와 같이 작용한다. 빨간 원형의 점 또는 그 위의 숫자는 내가 확인해야 할 메시지인 것으로 순식간에 추론하고 '클릭'하게 된다. 이러한 다년간의 학습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추론하고 클릭하는 행동을 했으며 이제는 그 결과 대부분이 내게 유용한 정보가 아님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빠르게 추론하지 않게 된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자에게 알려 유입률을 높이려는 것은 당연한 활동이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서비스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럿 서비스에서 오는 빨간 알림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점점 외면하게 되는 상황이다. '띵동' 벨 소리가 청량하고 기대감 있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띵동, 띵동, 띵동...'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정작 내가 확인해야 할 알림이 아니라 벨 소리만 나고 알맹이가 없는 '벨튀'를 느끼게 된다.
내게 맞는 알림을 받고 싶은 니즈에 대해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Published: 2023.07.